매운맛.
감칠맛까지 맛본 나는 더 이상 아이 입맛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매운맛의 중독성 때문에 적당한 자극은 맵지 않았고 최배달이 도장깨기를 하듯
다른 카메라를 깨부수러 정보의 바다로 헤엄쳐 들어갔다.
각 브랜드 렌즈들만의 장단점 이라던지 렌즈 화각은 둘째치고 묵직한 바디와
그립감, 생김새, 특히 셔터음에 관심이 집중되어
출사를 나가면 36장 필름 한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소비하였다.
커뮤티니 다른 회원분들은 한롤가지고 계절도 넘어가던데
그런 이야기는 그저 남의 이야기였고 필름을 현상할 때마다
언제 이런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원래 한 가지 취미가 생기면 깊이 파고들었다가 빨리 빠져나오는 타입.)
미놀타, 야시카를 둘 다 들고 다니며 한 가지 피사체로 비교도 하고
나름 바쁜 사진 생활을 하던 중 하나의 바디로 자리 잡고 싶은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미놀타 afd, 미놀타 x700, 야시카 일렉트로 35를 꺼내놓고
신중히 여러 가지 상황들을 임의로 설정해보며
"어떤 카메라가 나의 사진 생활에 베스트일까?"
"과연 어떤 카메라가 나와 오래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다 결국 니콘 f3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니콘 f3
그렇다 갑자기 새로운 카메라가 등장할 타이밍이 아니지만
이 카메라는 나도 타이밍을 노릴 수 없을 정도로 내 눈에 확 들어왔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어렵게 구매하였다.
니콘의 카메라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을 정도로 그 당시 높은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니콘 에프 쓰리.
이 바디를 처음 받는 순간 정말 이 녀석과는 오래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주 깨알같이 고소한 기능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이다.
간단히 말해 뷰파인더가 탈부착이 가능하고 교환도 가능하며
분리했을 경우 미러로 비추어진 피사체를 위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바로 이런 모습!
위에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눈을 찡긋거리지 않고도
위에서 피사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많이 쓰진 않는다.)
사용은 많이 하지 않지만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이유가
옛날 감성을 채워주는 것이기에 이렇게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플래그쉽 바디답게 전제척으로 아주 멋스럽다.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던 겨울날 니콘 에프 쓰리를 들고 여기저기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미놀타 x700 경우 영하 5도 정도에서 야간 촬영을 하던 중
배터리가 방전돼서 셔터가 열린 채로 멈췄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니콘 에프 쓰리는 배터리가 없어도
기계식 비상 셔터가 장착되어있어(60분의 1초)
혹한의 상황에서도 아쉬움을 달랠정도의 촬영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완전 기계식인 니콘 fm2도 있었지만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는 포기할 수 없었다.
신맛.
묵직한 셔터음, 묵직한 바디, 남자다운 디자인, 맘에 드는 결과물
모두 만족을 시켜주는 니콘 에프 쓰리 덕분에 즐거운 사진 생활을
꾸준히 즐기던 중 아직 느껴보지 못한
상큼함? 톡톡 튀는? 짜릿한??
뭐 이딴 가벼운 느낌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크기와 무게가 어느 정도 있다 보니 길을 걷다가 잠깐 멈춰서 찍는다던지
날씨가 좋은 날 한 손으로 퐉 집고 뛰어 나간다던지
(사실 핑계다.)
이런 상황에서 니콘 에프 쓰리는 어울리지 않았다.
손이 큰 편이지만 누구의 손에나 착 감기는 그런 사이즈 이면서도
디자인 적으로 마음에 드는(제일 중요하다.) 카메라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눈에 들어온, 그리고 바로 겟 해버린
롤라이 35
이름마저 귀여운 롤라이 삼십오.
먼저 들어온 야시카, 니콘과 같이 찍어 주었다.
이 녀석은 목측식인 데다가 처음 구매한 미놀타 afd처럼
오토포커스도 아니라서 온전히 사용자의 감각으로만 촬영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녀석이다.
작아도 노출계, 셔터스피드, 조리개 모두 다 갖추면서도
디자인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 녀석 같은 경우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따로 커뮤니티가 있을 만큼 나름 마니아층이 두텁다.
커스텀도 다양하고 정말 매력적인 녀석이다.
이제 출퇴근하는 나의 주머니 속엔 항상 롤라이가 있다.
일상이라는 단어에 가장 알맞은 카메라이고
목측식이지만 나름 핀을 잘 맞추어 결과물 또한
마음에 든다.
묵직했던 사진 생활에 약간의 산도를 더하니
전체적인 밸런스가 딱 맞아떨어진다.
(꿈보단 해몽)
폰으로 생각 없이 막 찍어대고선
나중에 찾아보지도 않았던 기억의 조각들을
필름 생활을 하면서부터 한 장 한 장 소중히 생각하게 되었다.
(필름값이 올라서 한 장에 200원 꼴이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다. 맞다.)
한 장 한 장 200 원한 아니 소중한 필름 결과물을 보면서
추억을 되짚어보고 부족했던 감성들을 채워가는 요즘이다.
여러 가지 바디를 구매하고 사용하면서 심장이 쿵쾅거렸고
지금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이 취미를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식의 취미들을 참 많이도 해왔는데
뭐, 이런걸다 적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풀어보려 한다.
올해도 즐겁고 새로운 취미를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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