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바쁨을 핑계 삼아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잦았는데 요즘은 방구석에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냉장고를 털어버리기로 했다.
의외로 냉장고에는 자잘 자잘한 재료들이 있었으나
모든 재료 들을 함께 소비하기엔 애매한 느낌이
없지 않은 관계로 이것들을 모두 다져 넣어
동그랑땡을 만들어먹기로 했다.
재료를 나열하자면 냉동실에 오랜 시간 자리 잡고 있던
다진 돼지고기 200g
잡채용 돼지고기 150g
총알 오징어 100g
두부김치 해 먹고 남은 두부 반모
엄마가 텃밭에서 키워 보내주신 청양고추 3개
엄마가 텃밭에서 키워 보내주신 부추 50g
양파 반개
엄마 텃밭 옆 닭장에서 키우는 아버지 닭의 계란 4개
밀가루
소금
후추이다.
동그랑땡을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모든 재료를 사정없이 다져 넣고
밀가루로 농도 잡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잡아주면 끝이다.
사진을 올리고 보니 동그랑땡을 만드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역시 힘든 기억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는 법인가 보다.
동그랑땡을 만들며 인생을 배워간다.
다조져진 아니 다져진 재료에 계란 4개를 넣고
밀가루, 소금, 후추까지 넣은 후 다시 사정없이
휘저어주면 그리 확신이 서지 않는 비주얼의 반죽이
완성되는데 그렇다고 여기서 멈추면
사나이 대장부가 아니므로 팬에 기름을 두르고 지져준다.
굽는 모양이나 크기는 본인의 취향껏 만들어주면
되겠지만 동그랑땡을 만들겠다 선언했는데
동그란 모양이 나오지 않고
네모난땡이나 짱돌땡이 만들어진 건 굳이 숨기지 않는다.
방금 프라이팬에서 건져낸 동그랑땡을
반으로 쪼개 익은 정도를 확인하고 한입 먹어보니
맛이 그럭저럭 괜찮았다.
이 정도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의 희생을
그리 안타깝지 않게 해 줄 만은 했다 이 말이다.
나머지 반죽을 마저 익히고
진 비빔면을 두 봉지 끓여 함께 섭취하기로 한다.
어차피 냉장고를 털어 버리는 김에
간장새우장과 오이지무침까지 꺼내보았다.
이 녀석들은 밥도둑으로 불리지만
본인에겐 막걸리 도둑으로 불리는 녀석들이다.
헿
신발도 기름에 튀기면 맛있다는 말이
있듯이 본인의 동그랑땡 역시 동행자에게도
인정을 받았고 진 비빔면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어느 것과도
찰떡궁합이기에 이번 저녁밥은 성공적이었다.
본인을 포함해 바깥에서 식사하는 것보다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늘어난 요즘
이것저것 해 먹고 남은 재료들을 한데 섞어
기름에 지져먹는 동그랑땡을
냉장고 파먹는 메뉴로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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